[강장석 교수는 국회 입법고시 제1기로 국회의 입법연구관으로 활동한 중에도 국가의 장래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구상한 내용들을 총 정리한 필독서 『통일한국의 미래 구상』을 최근 출간했다. 그는 서문에서 그의 생각과 국가의 장래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구상과 대한민국이 장차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그의 구상은 한반도는 지정학적 특수성과 중요성을 감안하여 남과 북이 평화통일을 달성한 이후에는 반드시 스위스와 같은 무장 영세중립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세한 마스터플랜도 제시하고 있다. 그가 펼친 국가 장래에 관한 중요한 내용이 담긴 서문내용을 중립화 회원님들께 소개한다. 편집자 주]
1994년 12월 5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미국, 영국과 핵 협정을 통해 자국이 보유하고 있던 핵무기(핵미사일 176기, 핵탄두 1천 8백여 기)를 해체하는 대가로 경제원조와 더불어 자국의 주권과 안전보장을 약속받는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memorandum)를 체결했으나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했고, 2022년 2월 24일에는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을 함으로써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주변국가로 탈출하는 등 국가적 존립위기를 맡고 있다. 이것은 자체방어력과 대비 없이 평화논리에만 의존한 무모한 결과로 생각된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반군은 2021년 8월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정부를 전복하자 수십만 명의 아프간 주민들이 대탈출을 시도하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우리는 TV를 통해 목격했다. 이것은 미국이 아프간 내전에 참여한 지 20년 만에 자국 군대철수를 개시하고 그 철수가 완료(8월 말)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그 나라 대통령은 이미 나라를 떠났고, 그 나라의 군과 정부는 무기력했으며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1975년에 있었던 월남의 패망과 국민들의 대탈출 참극을 재연케 하는 듯했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이며, 무엇이 잘못 되어서인가? 군대의 무기가 부족해서도 아니었고, 군인 숫자가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그런 소수의 반군에게 송두리째 나라를 넘겨주었던가?
우선 정치지도자와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했고, 군대가 사명감을 잃었으며, 국민들이 단합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 철수하는 미군만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은 더 이상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 전쟁으로 본 것이다.
이 같은 일은 한반도에서도 얼마든지 발생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국가 위기 시 올바른 지도자와 국민의 단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리고 약소국에게는 외교가 생명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우리의 구한말 때도 그랬듯이 약소국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외교에 실패하면 국가 자체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특별한 각오와 사명감으로 임하였다. 다가올 통일에 대비하여 새 국가의 초석이 될 기본 틀에 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안이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눈사태와 같이 통일이 불쑥 찾아온다면 우리 국가와 사회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크게 염려했다. 그래서 이 연구에 착수했고, 저자가 가진 모든 지력과 경험, 통찰력과 예측을 총 동원하여 통일 대한민국시대에 가장 적합하고 이상적이며 또한 실현가능한 제도를 창출해 보고자 노력했다. 마치 저자는 조선왕조의 기본 설계도 격인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을 집필했던 삼봉 정도전(鄭道傳) 선생의 심정과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이 책의 저술에 임했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우며, 작지만 강대한, 국민이 진정으로 행복한 통일 대한민국”을 꿈꾼다. 그리하여 새 나라를 생존과 더 큰 번영으로 견인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했다.
이 책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저자는 미래의 통일한국이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인 국민의 사기와 용기, 희망이 제일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여 서두에서 그 가능성을 힘껏 부각시키고자 했다. 한국은 최빈국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며, 세계 6위의 군사력과 1인당 국민 소득이 삼만 2천 달러에 달하는 소강국의 기적을 이루어 냈다. 그 가능성은 무한하여 통일 후에는 민족의 전성기를 맞아 한반도를 넘어서 만주와 몽골, 연해주는 물론이고, 중앙아시아까지도 아우르는 정치 경제적 연대 가능성까지 전망해 본다. 그리하여 통일 한국은 1929년에 인도의 시정 타고르(R. Tagore)가 조선인들을 향해서 외쳤던 ‘동방의 등불’을 넘어서 ‘세계의 큰 별’로 떠오르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그려 냈다.
이어서 저자는 통일한국(한반도)의 생존과 안보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여 이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언제나 지정학적으로 열세인 한반도를 우세지대로 전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은 없는가? 이 고민의 끝은 이전과는 전혀 색다른 역 발상의 비대칭전략으로서 ‘영세중립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보통국가의 평범한 전략으로는 이 난제를 영원히 풀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서 그 악순환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버리고자 이 특수한 외교안보 노선을 제안한 것이다. 다만 이 노선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있는바, 첫째는 주변 4강(미, 일, 중, 러)과 한반도의 중립노선에 합의(협정)가 필요하고, 둘째 그 중립은 무력(자주국방)에 기반 한 것이며, 셋째 그 중립정책의 실시 시기로는 통일 전이 아닌, 반드시 통일 이후에 검토됨이 바람직하다.
또한 저자는 통일 후에는 한반도가 전쟁과 폭력이 난무했던 과거를 지양하고자 영세중립 노선에 걸맞은 비핵화, 비폭력, 평화지대로 대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이 평화지대는 무늬만의 무력한 평화지대가 아니라, 국가방어에 충분한 군사력(자주국방)을 갖춘 평화안전지대를 의미한다. 현재 한국이 유지하고 있는 세계 6위 정도의 군사력이라면 이 평화지대 유지에 부족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통일 한국의 군대는 “돈은 덜 들이고 화력은 막강한” 스위스나 이스라엘 군대와 같은 질서 있는 군사 운용체제를 건의했다. 그래서 영세중립국 취지에 합당하도록 국방비도 줄이고, 군인 수도 30만 명 이내로 축소하되, 남녀평등의 전문모병제로 전환하며, 그 전력상의 공백은 더 큰 국력과 경제력의 뒷받침, 그리고 첨단과학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군대(smart military)로 메우자는 것이다.
새 국가의 가치와 관련해서는 제2의 건국이념으로서 세 가지(민주, 인본, 평화)의 기본철학을 제안한다. 중앙정치는 1인 권력지배를 완벽히 차단하고자 대통령과 총리 간에 정부권력을 배타적으로 양분하는 프랑스식보다 개선된 한국형의 새로운 ‘이원정부제’를 제안하였고, 의회권력 또한 상호견제가 필요하여 양원제 채택을 건의했다. 무엇보다도 통일한국시대에는 중앙집권주의를 지양하고 국민과 주민이 행복한 지방자치, 주민자치를 실현하기위해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 재정분할, 보충성 원칙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8천만 대한민국 국민의 생계와 먹 거리를 책임지고, 보다 윤택한 경제생활을 도모하기 위해서 세 가지의 혁신 조치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국가사회의 완전개방, 과학기술 강국, 한류문화의 산업화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과학기술 강국’에 방점을 두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수영역인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친환경기술, 우주산업에 올인(all-in) 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인간은 빵과 기술만으로는 살 수 없기에 살벌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다소나마 위안을 얻고자 정신적 가치로서 윤리, 도덕률과 인간이 존중되는 ‘인본사회’ 구현을 제시하면서 연구를 마무리 했다.
저자는 오랜 기간의 구상과 집필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이 책을 세상에 내 놓게 되었다. 이 연구 속에는 저자가 생각하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가치와 이상들이 내포되어 있으나 이를 모두가 미래에 그대로 이루어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통일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미리 해 놓은 이 연구가 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사실 통일 이후의 과제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정부나 연구기관, 학회 등에서 본격적인 연구나 토론이 없는 것을 저자는 많이 아쉬워한다. 본 연구가 미흡하지만 이들 영세중립을 위한 미래과제에 종합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저서라는 점에서 위안이 된다.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소식 <저작권자 ⓒ NGO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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